백신애54 도취삼매 2020. 10. 16. 눈오던그날밤 2020. 10. 16. 녹음하 녹음하 어젯밤 비는 초록색 비 산에도 들에도 초록물 들였네 우리 집 유리창에도 초록색 들였네 그래도 비야 비야 초록색 비야 우리 꽃밭에 장미꽃은 왜 초록색 못 들였네 희고 붉게 웃고 있단다 이 동요는 지난해 첫 여름에 그때 보통학교 육년생인 열두 살 먹은 나의 조카가 방 안에서 유리창으로 뜰을 내다보며 직경을 그려낸 것이다. 이즈음 거의 지루함을 느낄만하던 비가 개인 아침 종이창문을 걷어 제친 유리창으로 선명한 햇빛과 함께 녹색(綠色) 공기가 풍겨 들었다. 벌떡 일어나 내다보니 산과 들과 나무의 빛깔이 놀랄 만치 짙어져 있었다 2020. 10. 16. 납량이제 납량이제 2020. 10. 16. 낙오-중앙 "나는 간단다." 정희는 이 한마디 말을 내놓으려고 아까부터 기회를 엿보아 왔다. "응?" 예측한 바와 틀림없이 경순의 커다란 두 눈은 복잡한 표정으로 휘둥그래졌다. "나는 가게 된단 말이야." "공연히 그러지?" 경순이는 벌써 정희의 하려는 말을 어렴풋이 알아채었다. "무엇이 공연히란 말이야. 정말이다." "미친 계집애." "정말이다. 보려므나." 정희는 경순의 이마를 꾹 찌르며 얼굴이 빨개가지고 마치 경순이가 못가게나 하는 듯이 부득부득 간다는 것이 정말이라고 우겨대었다. "글쎄 정말이면 축하하게. 너는 참 좋겠구나." "좋기는 무엇이 좋아." 경순이는 미끄럼 타다가 못에 걸린 것 같이 정희의 태도에 저으기 뜨끔하고 맞이는 것이 있었다. 2020. 10. 16. 나의 어머니 - 조선일보 XX 청년회 회관을 건축하기 위하여 회원끼리 소인극을 하게 되었다. 문예부에 책임을 지고 있는 나는 이번 연극에도 물론 책임을 지지 않을수가 없게 되었다. 시골인 만큼 여배우가 끼면 인기를 많이 끌 수가 있다고들 생각한 청년회 간부들은 여자인 내가 연극에 대한 책임을 질 것 같으면 다른 여자를 끌어내기가 편리하다고 기어이 나에게 전 책임을 맡기고야 만다. 그러니 나의 소임은 출연할 여배우를 꾀어 들이는 것이 가장 중한 것이었다. 2020. 10. 16. 이전 1 ···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