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단다."
정희는 이 한마디 말을 내놓으려고 아까부터 기회를 엿보아 왔다.
"응?"
예측한 바와 틀림없이 경순의 커다란 두 눈은 복잡한 표정으로 휘둥그래졌다.
"나는 가게 된단 말이야."
"공연히 그러지?"
경순이는 벌써 정희의 하려는 말을 어렴풋이 알아채었다.
"무엇이 공연히란 말이야. 정말이다."
"미친 계집애."
"정말이다. 보려므나."
정희는 경순의 이마를 꾹 찌르며 얼굴이 빨개가지고 마치 경순이가
못가게나 하는 듯이 부득부득 간다는 것이 정말이라고 우겨대었다.
"글쎄 정말이면 축하하게. 너는 참 좋겠구나."
"좋기는 무엇이 좋아."
경순이는 미끄럼 타다가 못에 걸린 것 같이 정희의 태도에 저으기 뜨끔하고
맞이는 것이 있었다.